Thursday, February 17, 2011

really, who can't write a sitcom


뻔데기 뻔짜라고 생각하는 드라마 장면들이 몇개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순한 캐릭터 1이 큰 사건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 사랑하는 이의 배신, 실패)을 겪고 독기를 품는다. 화면에는 그/그녀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비춰지며 복수, 자기파괴 등 과 같은 것들이 암시된다>

캐릭터 2: (안타까운 목소리로) 이러지마, 너답지 않게...
캐릭터 1: (살짝 옆으로 보며, 그리고 인상쓰며) 뭐??
나다운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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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저런 드라마틱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도 잠시 본 이미지를 잃었고, 요 몇주, 내 주위 사람들은 충실히 캐릭터 2 역할을 맡아주어야 했다. 그럴때 마다 나는 정말 궁금해서, "나다운게 뭔데-레파토리"로 받아 치고 싶었지만 난 예측 가능한 대사는 싫기에 관두었다. 사실은 그들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머릿속은 그 어떤 때 보다도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었지만 정말 블로그에 적어 두고 싶은건 하나도 없었다. 낯선 내입으로 삶이 지루하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깐.
그게 제일 나답지 않은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말을 하던 그 순간도 결코 지루한 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멜로드라마의 청순 (=청승) 여주인공이 되어 보려고 해도,
도대체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다시 박차오르는 성공스토리의 영웅이 되어 보려 해도,
나는 항상 코메디였다.

일기를 들추어보니 나는 그 "암흑기" 동안
- 남의 결혼식에 혼자 가서 스테이크 썰고, 와인까지 원샷하며 남자친구도 없는 내 친구들의 미래의 결혼식 생각에 감동의 눈물 훔치지 않았나
- 먹고 살겠다고 2시간 동안 요리해서 바로 얼려두고 이틀 뒤 먹지 않았나
- 친구따라 강남가서 원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질 않았나
- 병원에서 연구가운 입고 울다가 환자에게 의사가 왜우냐며 위로 받지 않았나
- 우울한 음악에 취해 있다가 반대방향 버스를 타서 한강을 3번 건너지 않았나
etc. etc...

그리고 내연구에 지쳐가고 있을때 하늘에서는 나에게 EBS 프로젝트를 내려주었다.
다큐프라임 3부작에 수면이란 주제로 참여하게 되어는데 덕분에 일복이 터터터졌다.
하지만 그 준비가 너무 즐거워서 일하며 생긴 우울증/스트레스를 또다시 일로 풀고 있는 요즘이라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싶다.

그래, 좋다고.
시트콤 인생 좋다.
이렇게 한없이 어두어 지고 싶을 때도 우리 인생에 "유머"라는 것 밝은 색을 불어 넣어주니 이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본다. 난 웃긴애라 슬픈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못하겠다 이거다.


Picture Title: 훗
나 저런 표정으로 세상에게 콧방귀 끼며 살 참이다.





5 comments:

  1. 그래 다시 밝아져서 좋다 :)
    모니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싱글인 우리들의 결혼식을 생각하면서 눈물 훔치고
    하루빨리 현실로 만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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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weeee natural beauty kim hyun sshi!
    i agree with everything expressed above.

    oh to live and love and laugh with good friend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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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내 삶도 코메디.
    멜로드라마는 너무 찌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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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내가 지금 식장으로 가면 그게 진정한 코메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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